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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로 '강시' 보던 연상호, '지옥'으로 세계 1위(인터뷰) - 이데일리

연상호 감독(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20세 즈음에 꿈을 꿨어요. 이유 없이 무서운 존재들에게 쫓기는 꿈이었죠.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는데 계속 도망은 가야겠고…. 깨어나서 그 기분을 갖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자, 시나리오를 써보자 마음을 먹었죠.”

공개 하루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세계 1위에 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 연출자 연상호(43) 감독이 설명한 이 작품의 모티브다.

연 감독은 21일 이데일리와 전화인터뷰에서 “꿈 속에서의 기분을 그냥 서술한다고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니다”면서 “설정이 필요했는데 친구인 최규성 작가와 ‘지옥을 바탕으로 한번 만들어보자’고 했고 천사의 고지, 지옥의 사자 등이 등장하는 설정을 집어넣었다”고 ‘지옥’ 스토리의 완성 과정을 공개했다.

지난 19일 오후 5시(한국시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지옥’은 연상호 감독이 2003년 만든 동명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모티브로 만든 웹툰이 원작이다.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이 각자의 신념을 지키려는 다양한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21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소비량을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옥’은 24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이에 힘입어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세계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바하마, 바레인, 벨기에, 홍콩, 인도네시아, 자메이카,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모리셔스, 멕시코, 모로코, 나이지리아, 필리핀, 폴란드, 카타르,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남아공, 한국, 태국, 트리니다드토바고, UAE, 베트남 등 지역은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까지 전세계를 망라한다. 공개 하루만에 이 부문 1위에 오른 한국 드라마는 ‘지옥’이 최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이 앞서 53일간 차지하고 있던 정상자리를 ‘지옥’이 넘겨받으면서 한국 드라마가 이 부문 1위 기록을 54일로 늘렸다는 점도 의미 깊다.

연 감독은 “‘오징어 게임’ 이후 전세계적으로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지옥’의 예고편에도 전세계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면서도 “‘지옥’이 첫날부터 1위에 오를 줄은 몰랐다. 놀랐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지옥’의 1위 등극 요인에서도 ‘오징어 게임’의 인기 덕임을 강조했다. 이어 “삶과 죽움, 보편적 정의라는 주제가 한 나라, 한 지역에 국한되는 게 아닌, 여러 지역에서 호응을 이끌어낸 이유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옥’의 원작 웹툰은 ‘송곳’의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 집필을 맡았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가 결정된 이후 만화책으로 해외 10여개국에서 출판도 시작됐다. 일본에서 ‘짱구는 못말려’를 출판한 메이저 출판사 후타바사에서 출간하고 싶다는 연락이 먼저 와서 출판이 됐고 미국에서 역시 ‘헬보이’ ‘엄브렐러 아카데미’ 등을 출간한 유명 출판사 다크호스코믹스에서 출간을 결정했다. 웹툰은 네이버웹툰이 서비스되는 국가에서는 모두 서비스 되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만화 작가로서도 글로벌 인지도를 쌓게 된 셈이다. 연상호 감독은 앞서 영화 ‘부산행’, ‘반도’로 한국형 좀비 영화를 선보여 세계적인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 작품들 속에서 중심이 되는 건 인간이다. 연 감독은 “연약한 인간, 고뇌하는 인간, 갈등하는 인간이 영화적으로 좋은 소재가 된다”며 “나도 보통사람이라 영웅적 인간보다는 그런 사람들에게 더 흥미를 갖는 것 간다.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비디오가게의 추억도 연상호 감독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극장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영상물을 많이 봤다며 “당시 인기가 있던 ‘강시’ 등 비디오 호러 장르를 좋아했는데 우주적 공포라든가 실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절대적 존재를 다루는 ‘코믹스 호러’ 장르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보면 그 영향인 것 같다”며 웃었다.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와 작업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했다.

연 감독은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배우들이 있여야 한다’든가 ‘이런 소재를 다뤄야 더 글로벌하다’는 얘기를 하지 않고 ‘이야기를 더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선택하라’고 하는 등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매진할 수 있게 해줬다”며 “글로벌 론칭은 자신들이 책임진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연상호 감독은 현재 넷플릭스와 영화 한편을 제작 중이다. 김현주, 강수연, 류경수가 출연하는 SF 영화 ‘정이’ 촬영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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