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결국 국내 기업들의 영업기밀만 공개하는 꼴이 될 것이다." "세금이든, 기금이든 안 내겠다는 게 아니다. 최소한 해외 업체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달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한복판에 선 국내 기업들의 한숨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연초부터 쏟아진 동시다발 규제가 또다시 국내 기업들만 옥죌 것으로 우려돼서다. 이 과정에서 해외 사업자들과의 역차별은 더욱 뚜렷해져 "역차별이 일상이 됐다"는 토로가 터져 나온다. 국내 기업들이 규제에 짓눌려 공회전하는 사이 법망을 피한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공룡들은 한국시장을 무섭게 장악해가고 있다.
3일 정부·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코로나19 이익공유제,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 등이 자칫 국내 기업에만 제재를 가해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을 한층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색 알고리즘 공개 등 현재 추진 중인 대다수 규제를 살펴보면 해외 사업자에 대한 실행력은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관련기사 5면'규제에 갇힌 네이버·카카오' 참조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국장은 "결국 국내 기업들의 혁신 성장 동력만 잃는 역효과를 가져올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이익공유제 역시 민간의 자발적 참여라는 원칙을 앞세웠지만 사실상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반강제 이익 환수’ 분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돈을 번 구글, 넷플릭스에도 이익공유제를 적용하느냐"고 반문했다.
해외 사업자들과의 역차별 논란은 해마다 반복되는 이슈다. ICT업계는 물론 중고차, 유통, 게임 등 산업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면서 ‘한국은 토종 기업이 살아남기 힘든 나라’라는 비아냥거림마저 나온다. 1년 전 벤처 1세대를 대표하는 김택진(엔씨소프트)·이해진(네이버) 창업자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적어도 동등하게 적용됐으면 한다"고 작심발언을 쏟아낸 이유다.
해외 사업자들은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조세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구글은 지난해 국세청이 법인세 6000억원을 추징하자 도리어 불복심판을 청구해 논란을 불렀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역시 한국의 우수한 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돈을 벌면서 망 이용료조차 내지 않는다. 1시간을 넘긴 유튜브 먹통 사태에도 보상은커녕 이용자 공지조차 없다. 매년 수백억 원 규모의 망 이용료를 내고 즉각적인 이용자 보호 조치에 힘쓰는 국내 기업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역차별이 고착화하면서 결국 시장 경쟁을 가로막고 글로벌 공룡들의 갑질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애플이 국내 통신사에 아이폰 수리비와 광고비를 떠넘기고, 구글 플레이가 앱마켓 내 수수료로 무려 30%를 떼가겠다고 발표할 수 있었던 이유도 막강한 국내 시장지배력에서 기인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회가 국내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쏟아내기 전에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두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를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도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해외 사업자들을 규제의 틀 안으로 끌어들일 집행력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필요한 규제, 합리적인 규제라면 시작해야 한다"면서도 "집행력, 실효성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다가오는 선거정국 역시 규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규제 자체가 근시안적 기업정책"이라며 "선거정국에 경제 논리가 정치에 더 매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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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이상 집합금지로 귀성 못해
릴레이식 방문 계획 세우기도
주요호텔·리조트는 만원 사례
대면예배는 되는데 가족모임 안돼
"가족모임, 교회서 하면 괜찮나" 비아냥
일관성 없는 방역대책 도마 위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추석에도 고향에 못 갔는데 이번 설에도 부모님 얼굴 뵙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지난달 16일 결혼식을 올린 이모(35·여)씨는 이번 설에 귀성을 포기했다. 결혼 후 첫 명절이지만 부모님과 친척들이 "고령이신 분도 많은데 굳이 이런 상황에 와야겠느냐"며 귀성을 만류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가족이 방문을 말렸지만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고 했다.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 설에도 '귀포족(귀성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동하기가 부담스러운 데다가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설까지 이어지면서 가족 모임이 원천적으로 막힌 상황도 한몫했다. 작년과 다른 것은 벌금을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귀성하겠다는 귀필족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신재민(37·가명)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연로하신 부모님을 못 뵌 지 1년이나 됐다"며 "아내에 아이까지 데려가면 5인이 넘게 되지만 이번엔 벌금을 내더라도 꼭 얼굴을 뵙고 건강 상태도 체크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5인을 넘지 않기 위해 형제자매가 부모님 댁에 시간차를 두고 방문하는 '릴레이 식' 모임을 계획 중인 경우도 있다.
친지나 가족 모임을 하지 않는 대신 5인 이하로 여행을 계획하는 설캉스(설+바캉스)족, 귀휴족(귀성 대신 휴가)도 다수다. 설 연휴 기간 전국의 주요 호텔과 리조트는 예약이 벌써 꽉 찬 상태다. 경기·강원권 등 관광지의 유명 펜션이나 글램핑장, 키즈펜션 등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에서도 귀성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맘 카페 등에는 '남편이 고향 방문을 강행하려 한다' '시부모님의 성화에 결국 내려가게 됐다' 등 귀성과 관련한 고민을 털어놓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계가족이더라도 주소지가 다르면 5인 이상 모여선 안 된다는 정부 지침이 과하다는 반응도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2일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경우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시행해야 한다고 답한 이들이 85.7%인 반면, 사적 모임이 아닌 가족 간 만남에 대해선 56.1%가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종교시설에서의 대면 예배는 제한적으로 허용되는데 가족 모임은 막은 상황을 두고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을 두고 "온 가족이 교회에서 모이면 괜찮은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직계가족 간 모임까지도 막은 것은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비해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조치로 보인다"며 "자영업자 영업을 점점 풀어주는 상황에서 가족 간의 만남을 막는 건 앞뒤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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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추억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3월 부활을 예고했다.
신설법인 ‘싸이월드Z’는 임금 체불 정리금액 10억원 등을 지불하고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로부터 서비스 운영권을 인수했다. 싸이월드는 전 대표가 직원들과 임금체불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존폐 위기를 겪었다. 싸이월드Z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스카이이엔엠 등 5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한 법인이다.
오종원 싸이월드Z 대표는 3일 아시아경제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현재 서버를 복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트래픽 폭주 등의 상황을 대비한 테스트 기간을 거쳐 3월 첫 주 서비스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가 재개되면 예전의 싸이월드 모습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오 대표의 설명이다.
1999년에 설립된 싸이월드는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회원수 3200만명, 사진 170억장, 동영상 1억5000건 등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싸이월드 내에서 화폐처럼 쓰였던 ‘도토리’는 다른 모습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싸이월드Z는 가상화폐를 상장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오 대표는 "그동안 전 대표가 임금체불 문제를 겪으면서 직원들이 떠나고 유지·보수가 안되다보니 서버가 엉망이 됐던 것"이라며 "자금력 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전문가들까지 섭외했고 2개월 정도 많은 고민을 하고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 대표도 기술고문역을 하며 도와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싸이월드는 기존 PC버전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재개한 후 오는 6월 ‘모바일 3.0 버전’도 선보일 계획이다. 모바일 버전은 외부 아웃소싱 개발 인력이 30명에 달한다. 이밖에 내부 인력 40여명이 싸이월드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오 대표는 설명했다.
특히 모바일 버전이 싸이월드의 수익 모델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싸이월드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모바일 버전을 개발하면서 인건비와 매출이 안 맞았던 것"이라면서 "신설법인은 모바일 버전 개발 자금만 따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싸이월드 데이터베이스(DB)에는 음원만 5억3000만개가 있는데, 개당 800원으로만 계산해도 이 안에서 경제가 어마어마하게 도는 것"이라면서 "모바일 버전이 출시되면 수익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상황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싸이월드는 서비스를 재개하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오 대표는 "서비스 중단 직전에 들어온 회원이 1000만명에 달할 만큼 아직도 싸이월드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다"며 "한 번 붙어볼 만한 점유율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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