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를 만들고 개봉하는 과정에서 류승완 감독에게는 몇 가지 용기가 필요했다. 예측할 수 없는 남북관계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 코로나19 확산 시국에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를 개봉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평상시라면 영화 제작, 개봉, 차기작 준비의 순으로 이어지는 것이 영화감독의 삶이겠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모가디슈> 개봉이 미뤄지는 바람에 류 감독은 이미 차기작 <밀수> 연출에 들어간 상태다. <모가디슈> 개봉과 <밀수> 제작이 겹쳐 바쁜 류 감독이 최근 화상으로 기자들과 만났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한 대사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엔에 가입하기 위해 소말리아를 대상으로 각기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던 한국, 북한 사람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협력해 탈출을 모색한다.
남북한 정치 지도자들이 판문점에서 환담했던 몇 년 전이었다면 이 영화에 더 많은 이목이 쏠렸겠지만, 지금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이다. 류 감독은 “(남북관계는) 제가 통제하고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베를린>(2013)부터 흥행이 되기 시작했지만, 저는 여전히 ‘흥행 감독’이란 수식이 어색하고 부담스럽다. 흥행이 되면 좋지만 그것이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흥행과 상관없이 가지는 바람은 있다고 말했다.
“영화인으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쟁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고, 유럽 가는데 비행기 아니라 육로로 가보고 싶다는 바람은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됐으면 하는 것이죠.”
뜨거운 소재를 다뤘지만 류 감독의 시선은 의외로 냉정하다. 북한 사람들의 대사에는 자막을 넣었다. 젊은 세대에겐 북한말이 낯설게 들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결말부에서도 관객의 눈물선을 자극하지 않는 현실적인 마무리를 택했다. 류 감독은 “극적인 상황일수록 만드는 사람이 적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모가디슈>는 지난 15일까지 231만 관객을 모았다. 팬데믹 이전 시기를 고려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수치지만,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서는 최다 관객이다. 류 감독은 “지금 극장 상황은 한국영화가 활력을 갖지 못했던 1990년대 초중반보다 어려운 것 같다”며 “코로나19에 도쿄 올림픽까지 겹친 상황에서 관객분들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인터뷰하며 김윤석, 허준호, 조인성, 구교환 등 배우와 이국에서의 100% 로케이션을 가능하게 한 숙련된 스태프들에게 자주 공을 돌렸다. “관객은 배우와 상황, 이야기를 보러 오는 겁니다. 오히려 감독에 대한 선입견이 영화 보는데 안 좋은 필터를 끼울 수 있어요. 저는 그저 카메라 뒤에서 영화 만드는 사람 중 하나라고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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